가장 솔직한 일기장을 만들고 싶었다. 누군가는 일기에도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나도 가끔은 그런 사람이었고 특히 소회라는 것도 아무래도 SNS에 남기면 좋은 것만 쓰거나 안 좋은 일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마련이고.
나만 보는 일기장이기 전에 편하게 영수증 뒷장이나 냅킨, 노트 귀퉁이에 쓰고 잊어버리는 정말 사소한 감상이나 사건을 남길 곳을 만들고 싶었던 게 컸는데, 그렇기 때문에 감정은 내가 선택하여 기록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읽혀야 하는 게 중요했다.

이 앱에 일기를 쓰면 일기에 쓰인 감정 단어를 읽고 그날의 내 감정을 색상으로 시각화한다. 그리고 그 매일이 쌓여 하루, 주간, 월간 단위의 내 감정을 추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
MVP에서는 앱이 들고 있는 감정 단어 사전에 단어가 매칭되는 형식으로 감정을 읽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 단어를 많이 들고 시작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감정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스프레드시트부터 만들고 본다. 여행을 갈 때도 결혼식을 준비할 때도 시트 테이블부터 만들고 봤다. 테이블을 짜고 하나씩 채우다 보면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한다.
온갖 감정 단어에 색상을 부여할 순 없어서 감정의 큰 카테고리부터 나눴다. 처음엔 기쁨이나 만족, 설렘과 기대 외에도 불안이나 우울, 걱정, 슬픔이나 분노 등의 감정 카테고리 16개 정도를 정했다. 그리고 그 카테고리 안에 각각 기쁘다, 설레다, 웃기다, 기분이 좋다… 미치겠다, 열받, 열불, 거북, 막막… 등의 감정 단어를 수집했다. 내 지난 일기와 감정 인지에 관련된 내용을 찾아 읽으며 앞서 나열한 감정 카테고리 외에 놀람이나 당황, 황당함 같은 반응 감정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고 최종 20가지의 감정 카테고리로 정리했다. 그리고는 카테고리에 맞는 단어를 계속해서 수집하기를 반복.

당연히 카테고리가 중복되는 단어도 많았다. 설렌다는 감정은 설렘이나 기대에 속하기도 하지만, 기쁨에 도달할 수도 있는 감정이다. 초조함 또한 그렇다. 긴장에 속하지만, 불안에도 속할 수 있는 감정이다. 대부분 비슷한 방향의 감정이라 예외가 발생하더라도 아주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예 다른 감정으로 기록될 수도 있는 거니까. 우선은 언급 수가 많은 상위 2가지 감정 카테고리를 시각화에 사용하는 로직으로 테스트를 이어나가고 있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문맥이다. 과제는 그것이요… 자고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른 언어로 치환했을 때의 상황도 고려해야 할 테지… 벌써 깊이 생각하고 싶진 않고 어떻게든 할 거라고… 지금은 그래.. 완벽한 MVP는 없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