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있나 싶긴 하지만
어쨌든 달리기는 꼭 하는 게 좋겠다는 게 최근의 결론
보통의 내 달리기 코스는 세 가지. 파트너와는 순서대로 소월길, 남산둘레길, 한강 으로 부르고 쓰고 있다.
일단 집에서 나와 2분 거리의 테니스장 근처 공원에서 몸을 풀고 장충단로 입구의 횡단보도를 세 개 건너서 달릴 준비를 한다.
남산을 보고 서 왼쪽으로는 하얏트까지 오르막을 7분 정도 달리고 그대로 소월로를 따라 남산도서관까지 달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소월로 왕복 코스가 첫 번째,
오른쪽으로 국립극장까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남산공원에 진입해 그대로 남산공원길을 따라 백범광장, 다시 소월로 달려 동네로 돌아오는 코스가 있고 이것이 두 번째.
그리고 북한남삼거리에서 몸을 풀고 남쪽으로 달려 한강공원, 잠수교를 건넜다 오거나 한남대교, 동호대교를 지나 용비교 근처까지 달렸다 돌아오는 한강 코스가 세 번째이다. 한강 코스는 잠수교 위에서의 짧은 오르막을 빼면 내내 내리막, 평지이기 때문에 좀 빠르게 달리고 싶을 때 나서보는 편이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실외 달리기를 했다.
저녁인데도 기온은 33도. 습도는 근래 들어 조금 낮은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습한 날씨였다. 사실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며 이미 땀이 나서 바깥을 달리겠다는 마음을 먹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그치만 최근의 부정적인 굴레를 끊고 싶었음. 몸을 많이 쓰는 작업을 함, 힘들어서 운동 안 하고 쉼, 몸이 더 쳐짐, 좋은 생각 안 남의 반복. 하루하루가 너무 지겹고 내일도 앞으로도 이럴 거라는 생각에 압도당하기. 멍청아, 카이보일이도 그런 생각은 안 한다고… 아무튼.
한강 코스를 택했고 몸을 푸는데도 공기 중의 습도가 온몸을 끌어 잡아 당기는 것 같았다. 그치만 달리자마자 금방 알았다. 나는 지금보다 더 덥고 습한 밤에도 기쁘고 달렸었고, 그리고 끝나면 분명히 지금보다 맑아진 내가 될 거라고. 돌아와 찬물로 샤워하고 나왔을 때 쯤엔 다시 뭔 생각을 했다고? 빨리 잠이나 자자. 하는 개운한 내가 되어 있었다. 개운한 나. 개운한 달리기. 계훈아 개운하니. 그냥 달리자. 그냥 하자. 그냥 살자.